아침 그리고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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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안에 있었던 꿈아침 그리고 저녁 2022. 11. 17. 16:59
1. 세상은, 사람들은, 어떻게 볼 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 삶이 마땅하다 무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40년 가까이를 보냈지만, 무언가 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았고, 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면(그게 설사 쉼이라 해도) 그게 내 꿈이라는 걸 알았다 그러니까 꿈이 어디 멀리 있어서 이뤄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가 손으로 바로 잡을 수 있는 거였다. (왜 아무도 나한테 안알려 줬던거지?) 무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무언가 되지 못할거라면 시도조차 해보기 두려웠던 나는 세월속에 묻혀버렸다. 무언가 되지 않아도 되니 그냥 마음 편하게 하고 싶은 것들을 해보면서 살면 됐다. 하고 싶은 것들을 지금 다 하고 있고- 우리가 살고있는 차원과 나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만 그것들을 한꺼번에 다 하지 못할 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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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에 기반을 둔 신뢰인가?아침 그리고 저녁 2022. 11. 15. 17:13
이틀전 큐티를 하면서 다니엘 친구들의 “그렇게 하지 아니하실지라도”의 고백이 내게 크게 다가왔다. 다니엘의 친구들은 신상에게 절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느부갓네살 왕의 분노를 샀고, 그 분노는 그들을 풀무불 가운데에 떨어지게 할 위험 앞에 놓이게 했다. 왕은 그들이 신상에게 절하기를 협박과 함께 설득하고 있었다. 너희들이 풀무불에 던져지면 너희를 내 손에서 건지실 이가 누구냐면서 말이다. 일종에 조롱에 가까웠으리라 생각한다. 현실감 있는 조롱 말이다. 그런 왕에게 친구들의 대답은 바로 “왕이여 하나님이 계시다면 우리를 맹렬히 타는 풀무불 가운데에서 능히 건져내시겠고 왕의 손에서도 건져내시리이다 그렇게 하지 아니하실지라도 왕이여 우리가 왕의 신들을 섬기지도 아니하고 왕이 세우신 금 신상에게 절하지도 아니할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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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하늘 아래 너와 내가 있다.아침 그리고 저녁 2022. 10. 31. 21:33
나의 친구가 보고싶다. 친구를 생각하며 친구가 가진 요소를 보고, 떠올리고 몸을 움직여 보기도 한다 예를들어운동을 해도 '요가'를 한다거나, 그 친구는 이런 때 이렇게 했겠지? 생각해보곤 의지를 들여 그것을 해본다. 어릴적 친구를 제외하고는 '친구'란 내게 비어버린 단어였다 그래도 사회에서 만난 언니, 동생 친구들이 있었지만 나이가 같은 ‘친구’란 단어가 주는 느낌의 전형적인 친구는 내겐 비었고 빈자리는 오래되어 없는거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3년전쯤 누군가 내게 노크를 했다 그게 인사치례 였는지, 의무 였는지, 긍휼 이었는지, 호기심 이었는지 노크의 동기는 나는 알 수 없지만 떠올린 다양한 동기가 이유라고 하기엔 3년가까운 시간은 길었다 나란 사람의 어떤 영역은 하도 무관심해서 처음엔 노크를 하고 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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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ire de jeux "레흐 드 쥬" }아침 그리고 저녁 2022. 9. 22. 23:04
의미 있고 재미있는 제안을 받아 고민 끝에 결정했는데요 다름 아니라 불모지장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우리 팀 이름은 숲에, 뜰에의 불어 선생님이신 흰솔이의 도움과 우리가 추구하는 의미를 담아 { L’aire de jeux "레흐 드 쥬" } 로 정했어요 불어로 '놀이터'란 뜻인데요 참가를 제안해주신 모아님이 숲에, 뜰에, 별에가 녹아있으면 좋겠다고 하셨고 제가 오래 해왔던 미술도 아이들이 녹아있는 것이 중요한 요소였고요 그래서 과감히, 도전해 보기로 했는데요 자연물, 일상에서 흔히 보는 소재들이 업사이클링되어 아이들 스스로 정해지지 않은 예술놀이를 구성하고 창조하는 체험이 진행될 예정이에요 아이들과 함께할 동행자는 숲, 뜰, 별이 될 테고 어른들과 함께 하는 건 저예요 어른의 경우 자연물, 업사이클링을 비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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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해도 자리를 지킬거야.아침 그리고 저녁 2022. 9. 15. 14:14
나이가 먹을수록 소중한 이들과 갖는 시간이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은 나의 사고의 일부가 확고하게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뜻인거 같기도 하다. 어제는 신앙생활을 처음 함께했던 이들과 먹고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그 시간은 허탈하고 씁쓸하며 무기력함을 동반하고 있기도 했다. 이제 더이상 나는 소중했던 이들과 그저 즐겁기만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언제나 내가 큐티를 하면 느끼는 많은 것들 중 하나가 ‘타자의 우주를 수용하는 것’에 대한 나눔이다. 타자의 우주가 나와 다를 수 있음을 수용하는 것이 내게는 고통을 줄 때가 있다. 그리고 이제 그런 일은 이전보다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어제 우리의 대화는 많은 부분 타인의 이야기로 이루어졌다. 안부가 궁금해 이야기 되는 타인, 보고픈 마음에 이야기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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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쪽팔리게 했던 건아침 그리고 저녁 2022. 8. 30. 16:46
방학동안 부탁을 받아 일을 해주고 있다 가정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던 나로서 사회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함께 일하는 동료라고 하기엔 각기 반에 속해있고, 교무실을 함께 쓰지도 않고, 나는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람이니 동료라는 말이 과연 맞는 걸까 싶지만 같은 유치원에 근무하고 있으니 동료인 셈이다 그 중 한 동료는 내가 우리반 아이들과 상호작용 할 때 왕왕 등장한다 그녀의 등장은 주로 아이들의 훈계를 위해 등장하곤 하는데, 나는 '괜찮다.'고 여기는 것을 그녀는 '괜찮지 않다.'고 여기는 것 같다 아이들을 더 오래 바왔던 것도, 그 선생님이고 여러 상황을 경험한 것도 그 선생님이 맞다 현재 그 선생님이 내가 맡은 반의 담임은 아니지만 오고가며 혹은 아이가 더 어린 나이에 담임을 맡아봤거나 하는 식으로 아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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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을 지웠다.아침 그리고 저녁 2022. 7. 20. 15:40
버리고픈데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버려야 할 지 모르는, 마음을 누르는 무게의 짐들을 내려놓고 쉬기위해 또한 내면의 갈등과 고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해 지울건 지우고 버릴건 버리고 있다 되도록 투두리스트에 기록하기 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즉시, 그렇게 하고 있다 정리하는 행위는 마음을 가장 쉽게 rsfresh하게 해주는 방법 중 하나이다 또한 정리함으로 인해 내가 좋아하는 것, 정말 원했던 것을 알아챌 수 있고 집이 한결 간결해 지는 것은 덤으로 얻게 된다 정리중에 가장 먼저 한 것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지운 일이다. 내가 느끼기에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은 보고 싶건 그렇지 않건 모든 피드가 올라온다. 나의 친구라 하여서 내가 그들의 피드를 모두 보고 싶은게 아닌데 그러니까 나도 보고 싶은 날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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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가지 못해도 좋아.아침 그리고 저녁 2022. 6. 19. 15:58
복음과 상황에서 한 꼭지는 장애인이 작성한 글이 있다. 지난 달, 지지난 달 듣고 있는 수업에서 읽어야 하는 책만으로도 벅차서 몇 달 만에 복음과 상황을 봤다. 전철을 타고, 길을 걷고, 배가 고프면 식당에 가는. . 내가 아무렇지 않게 누리는 그 일상이 누군가에겐 쉽지 않은, 혹은 시도도 할 수 없는 것이라는 걸 난 너무 자주 잊고 산다. 주변에 장애인이 없으니 더욱 그렇다. 글 중에는 ‘하나님은 우리의 몸을 입으셨고, 나는 너의 몸과 상황에 맞춰 나의 몸을 바꾸어간다.(복음과 상황 Vol.379/27p)'의 부분을 읽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이 무한하게 가능하신 그 분이. . 제약이 없으신 하나님이. . 제약이 있는 유한한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오셨다. 우릴 사랑하셔서 그 분의 가치관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