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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 쪽팔리게 했던 건
    아침 그리고 저녁 2022. 8. 30. 16:46

    방학동안 부탁을 받아 일을 해주고 있다

    가정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던 나로서 사회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함께 일하는 동료라고 하기엔 각기 반에 속해있고, 교무실을 함께 쓰지도 않고,

    나는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람이니 동료라는 말이 과연 맞는 걸까 싶지만

    같은 유치원에 근무하고 있으니 동료인 셈이다

     

    그 중 한 동료는 내가 우리반 아이들과 상호작용 할 때 왕왕 등장한다

    그녀의 등장은 주로 아이들의 훈계를 위해 등장하곤 하는데,

    나는 '괜찮다.'고 여기는 것을 그녀는 '괜찮지 않다.'고 여기는 것 같다

     

    아이들을 더 오래 바왔던 것도, 그 선생님이고 

    여러 상황을 경험한 것도 그 선생님이 맞다

    현재 그 선생님이 내가 맡은 반의 담임은 아니지만 오고가며 혹은 아이가 더 어린 나이에 담임을 맡아봤거나 하는 식으로 아는 것이 많은게 사실이지만

    그런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나는 불편했다

     

    내가 있는데 왜이러시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아이들을 훈계할 때의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그것이 나는 내키지 않았다

     

    그곳은 직장이었고 아이들은 인격체다 

    어떤 한 아이에게 교사 기준에서 좋지 않은 습관이 있다고 가정해 본다면 

    교사로서 나는 그것을 정정하고 안내하고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 과정이 상대 아이가 현재 가진 습관, 성격 등이 비난 받아야 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잘못된 것 이 있다면 안내하면 그만이다. (이럴 때는 감정을 빼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정정해주길 요구하면 - 거기까지면 된다고 난 생각한다.

    굳이 "이게 뭐니." 같은 짜증스러운 걸 덧붙일 필요는 없다는게 내 주의다

     

    물론 속이 뒤집어 질 거 같은 순간이 한 두번이 아니다

    나는 이쪽 일을 좋아하지도 않고, 엄청나게 불타는 사명감을 가지지도 않았다

    '최소한 아이들에게 못할 짓은 하지말고 지켜야 할 것들은 지키면서 하자.' 정도로 나는 일을 한다 

    당연히 상호작용에 한계가 있고, 반복해서 얘기해줘도 동시다발 적으로 또다시 비슷하게 말하고 행동해서 다시 설명해야 하는 상황들이 하루종일 반복되는 건 

    솔직한 심정으로는 '돌아버릴 거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내가 돌아버릴 거 같다고 돌아버릴 거 같은 걸 내비치는건 아니지 않나. 싶은 거다

     

    여러모로 나는 갑자기 등장해 나와 다른 기준으로 아이들과 의사소통 하는 선생님이 불편했던 차였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반들은 점심을 먹고 한줄로 서서 "감사합니다."하고 인사를 하고 떠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실 그 장면은 일하던 날부터 계속 봐왔지만, 정말 어느 날 갑자기 그 일이 나에게 크게 다가온 것인데

    식사를 하기전에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라는 인사와 식사를 마친 후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라는 인사를 개인적으로 하라고 안내한 나와는 다른 모습들 이었다

    그 곳에서 식사 후 인사를 개별적으로 하는 곳은 우리 뿐이었다. 

    사실 개별적이라고 해봐야 아이들은 대부분 인사는 잊고 뛰어가기 바쁘니

    실상 인사를 하지 않고 가버리는 것과 마찬가지 였다.

     

    그래서 그 날은 아이들을 한줄로 세워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하도록 안내했다. 

    우리 반 줄 뒤에 그녀의 반 줄이 있었다. 

    방학동안 인사를 거의 안하다시피 했던 아이들은 다시하는 식사 후 인사가 익숙치 않아 거의 하지 않다 시피 했다.

     

    어떤 감정으로 사실 선생님이 날 바라봤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느낀 시선은 '한심함'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너무나도 창피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창피하단 말인가?

     

    아이들이 인사를 잘 안해서? 

    아니면 이제껏 3주간을 식사 후 인사를 단체로 하지 않다가 갑작스레 개별적으로 해서?

    아니면 내일은 인사를 단체로 해야할지 하던대로 개인으로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그래서 난 지금 대체 뭐가 쪽팔린건데?

     

    집에 오고 저녁 잠자리에 들때쯤 비로소 내가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그건 내가 그 선생님과 같아지려 했다는 것이었다.

    난 그게 창피했다.

     

    사실, 난 아이들이 왜 단체로 인사를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마음 깊은 곳에서 그것이 동의되지도 않고 굉장히 좋아서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아니었다.

    난 개별적으로 편하게 인사하는게 좋다.

    하지만 대부분의 단체생활을 '단체'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다같이 무언가를 해야하고, 모여야 하고, 앉아야 하는 자리에 앉거나, 바른 자세로 앉아야 한다

     

    학교를 다니면서 제일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난 왜 저 딱딱한 책상과 의자에 8시간 정도를 앉아 있어야 하는거지?' 였다.

     

    유치원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아이는 놀다가 누워서 논다. 

    그 자세가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놀이에 가장 적합한 자세이기 때문인 경우도 있고, 좀 쉬고 싶기도 하고 그런데 놀고싶기도 한 경우도 있다.

    난 '그게 뭐가 어떻지?' 싶은 그런 사람이다.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자유로운 자세가 필요한 순간도 있는 거 아닌가 싶다

     

    급식실에서 아이들에게 골고루 먹기, 안먹은거 먹으라고 권유하기, 후식은 밥을 다 먹은 후 먹기를 일괄적으로 안내해야 하는 것도 내게는 괴로움 이었다

    기존의 방식이 있으니 최대한 거기에 맞추어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었지만

    나는 밥을 먹기전에 과일을 먹는 사람이다. 

    나는 나의 아이에게 안먹고 싶은게 있을 수 있으니 굳이 일부러 먹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하는 사람이다. 

    대신 뭐든 먹을만큼 담으라는 말은 하지만 말이다.

     

     

    나의 가치관과 기관의 가치관은 맞지 않았다.

    나는 그 안에 있으면 일 못하는 사람이 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왕왕 나타나 아이들의 습관을 지적하고 조언하는 그 선생님은 일 잘하는 사람이 되는 거 같았다.

     

    나 혼자서 열등감과 비교에 시달리고 있었고,

    나 혼자서 그 선생님을 기준삼아 따라하고 있었다.

     

    내가 나를 잃었다는게, 

    그리고 내가 누군가를 그저 따라하고 있었다는게 쪽팔렸다.

    일하는 한 달 남짓한 시간동안 나를 못마땅해 하는 시선을 나는 느꼈고

    그 시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내가 날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으로 이어졌다

     

    와- 그렇게 내 스타일에 자신이 없었어? 싶은 순간이었다

     

    일상으로 돌아오면 나는 나의 스타일에 자긍심을 느끼면서 살아왔고 살아갈 터인데

    비슷한 다수 속에서 다른 홀로인 것은 나에게 위축감을 안겨줬다

     

    웃겨. 마흔 가까이를 다르면서도 잘만 살아왔는데 새삼스럽다 싶다.

     

    그래서 식사 후 인사는 어떻게 할 건가?

    내가 가장 잘하는 것,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그렇게 할거다.

    그건 바로 아이들과 이야기 나눠서 결정하려고 한다.

     

    생각보다 아이들은 많은 것들을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길 바란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돌아가는 날이 내 마지막 출근이 되겠지만 다같이 모여 둘러 앉아 얘기를 들어봐야지

    어떻게 하고 싶었었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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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hye 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