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그리고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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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의 것들로 채워간다아침 그리고 저녁 2022. 3. 24. 20:56
별에가 유치원에 가면 너무 한가할거라 생각했는데 나름의 것들로 채워나가는 나의 하루하루들 이른 점심을 먹고나서 혼자 피아노를 연습하곤 한다 몸으로 배운건 안잊는다고 하는데 내 몸은 피아노를 거의 기억 못해서 혼자서 체르니 100과 소곡집을 다시 치고 있다 피아노를 치고 선물하고픈 곳이 있어 작업을 하는 나날들 이었다 쉽게 진행되지 않는 작업이었지만 포기치 않고 내일 다시, 내일 또 다시, 그렇게 해나가는 중이다 실패하고 싶지 않지만 '실패 해버리겠어!'하는 모순된 각오가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늘 실패를 각오하고 맘껏 해보자 싶게 날 거기 어디쯤 두려고 한다 그렇게 작업 후 잠시 물을 마시러 들른 주방엔 너무나도 고요하게 강낭콩이 불려져 있는 모습이 잔잔해서 울컥한다 잘 마른 그릇들이나, 가만히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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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잘 모르겠다.아침 그리고 저녁 2022. 3. 8. 08:15
220307.달 막내 별에가 유치원에 갔다. 별에가 유치원에 다니면 남은 시간에 난 내가 좋아하는 걸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언제나 생각은 생각에 머물러 있을 뿐이라는 거다. 내가 하지 않으면 그건 계속 생각안에 있게 된다. 지난 첫 주엔 별에가 유치원에 가고 나의 일상은 거의 비슷했다. 추가되는 것이라곤 아이를 등원시키며 매일 운동을 하는 것 외엔 여전히 난 아침루틴에 맞춰 큐티를 했고, 빨래를 널고 청소기를 돌렸으며 그쯤 되면 점심이 되니 홈스쿨을 하고 있는 숲에, 뜰에와 함께 점심을 먹는다. 다 먹고나서 설거지를 한 후에는 읽고 있는 책을 읽고 작고 소소한 일들을 하다보면 어느새 오후가 되어있다. 신기했다. 아이가 있건 없건 난 하는 일 없이 아이를 맞이한다는게 신기했다. 마치 아이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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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서 들리는 소리아침 그리고 저녁 2021. 7. 4. 08:21
우리는 오래된 동네 낡은 주택가에 살고있다. 우리집을 지나 오는 골목들 위로는 하수도가 흘러갈 수 있도록 블럭들에 구멍이 나있는 90년대에나 볼 수 있었던 마을의 풍광을 마주할 수 있다. 이곳에는 대부분 노인분들이 살고 계시는데 그러한 노인분들 마저 돌아 가시거나 남은 삶의 터전을 다른 곳으로 옮기 시거나 아무도 없는 곳이 된 빈집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구멍이 난 골목을 끼고 맞은편 집에 새 가족들이 이사를 왔다. 그집도 우리집처럼 딸이 셋이 있는데 새로운 가족들이 그곳에 온 이후로 골목에는 새로운 소리가 들려온다. 거의 매일같이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소리 웃고 떠들도 토라지며 울고를 반복하는 소리는 우리집에서만 나는 소리 였는데 이젠 맞은편 집에서도 들린다. 대문을 활짝 열어두고 많은 친구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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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날을 기다리는 것 만큼아침 그리고 저녁 2021. 6. 18. 07:36
우리에게 생일과 같은 날은 서로 다르다. 별에는 퇴근한 아빠에게 책을 들고와서 “아빠. 이거 만들어줘.” 한다. 그건 다름아닌 제기였다. 비닐, 동전, 있는 재료를 이용해 제기를 만들어 주는 아빠 옆에서도 별에는 빨리 제기를 만들어 달라고 재촉한다. 아이의 재촉에도 한결같이 다정한 내 남편은 “별에. 아빠가 지금 별에 주려고 제기 만들고 있지? 조금만 기다려봐.”라고 말한다. 별에는 아랑곳 않고 여전히 재촉중이다. 눈앞에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 보면서도 빨리 만들라니 그 광경이 보고만 있어도 답답해 별에에게 물었다. “별에야. 그거 기다리는게 그렇게 힘든 일이야?”라고 그러자 아이는 대답한다. “응. 그러니까 이건 (생각 중) 내 생일날 기다리는 것 만큼 힘들어.” 라고 그때 알았다. 아이에게 놀이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