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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스타그램을 지웠다.
    아침 그리고 저녁 2022. 7. 20. 15:40

    버리고픈데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버려야 할 지 모르는, 마음을 누르는 무게의 짐들을

    내려놓고 쉬기위해 또한 내면의 갈등과 고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해 지울건 지우고 버릴건 버리고 있다

    되도록 투두리스트에 기록하기 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즉시, 그렇게 하고 있다

     

    정리하는 행위는 마음을 가장 쉽게 rsfresh하게 해주는 방법 중 하나이다 

    또한 정리함으로 인해 내가 좋아하는 것, 정말 원했던 것을 알아챌 수 있고 집이 한결 간결해 지는 것은 덤으로 얻게 된다

     

    정리중에 가장 먼저 한 것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지운 일이다.

    내가 느끼기에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은 보고 싶건 그렇지 않건 모든 피드가 올라온다. 

    나의 친구라 하여서 내가 그들의 피드를 모두 보고 싶은게 아닌데 그러니까 나도 보고 싶은 날 보고 싶은 사람을 선택해서 가는 경로가 아니라 모든 것이 어떤 절차를 거치지 않고 올라와 있는게 불편했다

    특히 인스타그램을 사용할 때의 기분은 어차피 소비되는 것들 속에서 소비되고 흘려보내면 그만인데 버려야 할 버리지 못할 것들만 덩치가 커지는 기분이었다

    버려야 할 버리지 못할 것들에는 삐툴어진 욕망, 편협함, 유연해지지 못하는 자아정체성 같은 것들을 들 수 있다

     

    게다가 사람들의 괜찮은 모습만 모아 놓은 인스타를 지켜보기에 나는 편협한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고 

    (그것은 그들이 불행하길 바라는 걸 의미하는게 아니다)

    누구인지 모르지만 보고 있는 타자를 생각하면 나 스스로 무의식중에 타자가기준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지울 수 없는건 인스타그램을 할 때 느끼는 소비적인 기분이 불편했고 그건 어떤 노력으로도 지워지지 않고 늘상 느꼈다 기록을 위해 나의 피드에 게시물을 올릴 때조차 말이다 

     

    이전에 가장 좋아하던 SNS중에 트위터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나의 계정이 해킹 당했다는 것을 알았고 나로서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했지만 내 계정은 돌아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유로움을 느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인스타그램도 그와 같은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뭐, 언젠가는 다시 나는 앱을 깔 날이 오겠지만 지금은 아니였다 

    보고 싶지 않았고 지우지 않으면 안 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스스로 미디어 디톡스 환경을 설정하기로 했다

     

    인스타그램을 지우고 나니 내가 내 것을 보여줄 필요도 내가 불필요한 것을 볼 필요도 없어졌다

    순간에 집중하기만 하면 됐다 

    기록을 위한 기능이 아쉽긴 했지만 다른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기껏해야 이틀정도가 지난 일이지만 더 많은 시간이 지났다는 느낌이 든다

    지울건 지운 것에 대한 공백으로 인한 허전함이 아니라 그 시간에 다른 것들을 채울 수 있어서 오는 느낌이다

     

    그렇게 인스타그램을 시작으로 보이는대로 되도록 보이는 즉시 

    지울건 지우고 

    버릴건 버리고 하고 있다

     

    그간 버리고 나누고 치우고 정리한 것들을 기록해 보자면

     

    • 창고에 넣어두고 곰팡이가 핀 숲소리 씽크대
    • 옥스포드 블럭
    • 작아진 아이 옷
    • 레고
    • 숲소리 나무블럭
    • 쑥뜸용 콩링 
    • 싱크대 왼쪽 가운데 선반  
    • 의자 커버링
    • 하얀 면티 삶기
    • 거실선반 정리
    • 읽지 않는 책 알라딘에 팔거나 버리기
    • 어머님이 이용하지 않는 통신사 해지  

     

    그리고 책 읽는 시간이 늘었고, 좋아하던 피아노를 다시 치게 되었다

    글을 써야는데 마음만 먹었던 것들을 비로소 쓸 수 있게 되었다 

    무슨 인과관계가 있는지 나조차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중 몇은 지울건 지우고 보이는 것들을 즉시 하기로 마음 먹지 않았어도 언젠가는 했을 것들이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하지 않은 채 해야한다고 생각하거나 해야할 일로 기록만 몇 달 혹은 몇 년을 하고 있었을지 모를 것들이 대부분이다 

     

    지금 고민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난 훌륭한 정답 같은 것을 도무지 생각해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 고민에도 버릴건 버리고 지울건 지우기로 했다

    그러면 정말 필요한 것, 그리고 정말 원하는 것만 남겠지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이 일치하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최소한 원하지 않는 것과 불필요한 것들 속에 뒤엉켜 발견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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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hye 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