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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같은 하늘 아래 너와 내가 있다.
    아침 그리고 저녁 2022. 10. 31. 21:33

     

    나의 친구가 보고싶다.

     

    친구를 생각하며 친구가 가진 요소를 보고, 떠올리고 몸을 움직여 보기도 한다

    예를들어운동을 해도 '요가'를 한다거나, 그 친구는 이런 때 이렇게 했겠지? 생각해보곤 의지를 들여 그것을 해본다.

     

    어릴적 친구를 제외하고는 '친구'란 내게 비어버린 단어였다

    그래도 사회에서 만난 언니, 동생 친구들이 있었지만

    나이가 같은 ‘친구’란 단어가 주는 느낌의 전형적인 친구는 내겐 비었고

    빈자리는 오래되어 없는거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3년전쯤 누군가 내게 노크를 했다

    그게 인사치례 였는지, 의무 였는지, 긍휼 이었는지, 호기심 이었는지 노크의 동기는 나는 알 수 없지만

    떠올린 다양한 동기가 이유라고 하기엔 3년가까운 시간은 길었다

     

    나란 사람의 어떤 영역은 하도 무관심해서 처음엔 노크를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무관심에서 멀어짐이 되지 않을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부끄럽게도 그 친구의 예쁨이었다

     

    내 친구는 여신님 같았다

    크고 곱고 머리가 나풀거렸다

    피아노를 두드리는 손가락은 힘이 있었고, 이마와 볼이 윤이났고 동글동글한 입술을 가지고 있었다

    난 그 친구가 예뻐서 눈을 떼지 못했을 뿐 그 친구를 알아가거나 받아들이거나 그럴 생각도 없었다

    특별히 싫었던 건 아니지만 친구란 이제 나한테 없는거라서 그랬던 거 같다

     

    친구는 참으로 끈질겼다

    이러다 말겠지 혹은 이러는 이유가 있겠지를 초월한 한결같음을 지니고 있었다. 

     

    “혜진아, 뭐해? 네가 생각나서 했지.”

    그러면 나는

    "응. 나 뭐하지."라고 입은 말하고 머리로는 '내가 뭐하는지가 궁금한게 아니고 내일 나 묵상모임 나오라고 이러네.얘가. .' 하고 생각한다

    관심과 애정을 곧고 바르게 받기에 난 왜곡되어 있었다

    곧고 바르지 못한 마음에 지속적으로 곧고 바른 마음은 노크를 했다.

     

    친구의 아이가 아팠고, 늘 있던 그 자리에서 아무때고 볼 수 있던 그 곳에서 친구를 볼 수없게 되자 

    비로소 내안에 친구의 방이 있었다는걸 알게되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당연하게 그 방에는 나의 친구가 있었고 말이다.

     

    친구는 자신의 아이가 아파 검사를 받으러 큰 병원에 가던 날에도 나에게 연락이 왔다.

    " 혜진아, 내일 약속을 지키지 못한 거 같아."

    눈물이 났다. 

    난 이 정도 밖에 안되는 친구인건가? 이런 상황에서도 이 아인 내걱정을 하나?

    보통 이런 상황에선 아무 생각도 안들지 않나? 난 이정도로 내친구를 걱정시키는 존재인건가?

    불쑥 곧고 바르지 못한 마음이다.

     

    친구의 상황을 통해 나는 무기력을 느끼고 있었다. 

    비로소 친구의 방이 있다는걸 알았는데 해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걱정이나 끼치는 친구, 신경쓰이지 않는 친구만 되어도 족했다.

    언젠가 친구가 한 고백이 떠올랐다. 

    "도움이 되고 싶은데 할 수 있는게 없더라.” 하는 고백. “그래서 불편한 마음이 들면 불편한채로 있기로 했어.”

    그 고백은 곧 나의 고백, 나의 태도, 나의 행동이 되었다.

     

     

    그때 내 친구는 상대가 너무 소중해서 그랬구나. 그리고 나에겐 이제 네가 소중하구나.

    소중하지만 내가 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난 그냥 이 자리에서 친구가 돌아왔을 때 매번 보던 방식으로 매번 보던 그 곳에서 인사할 수 있도록

    더이상 너에게 걱정을 끼치는 친구가 아니도록

    일상을 잘 살고 미숙했던 부분은 너의 응원이 없어도 미숙하지 않도록 부딪히며 지내야지

     

    그러다 문득 친구가 보고파 바다를 보며 친구를 생각한다

    그 어디나 하늘나라라 힘든 중에도 노래하던 내친구

    바다 위 하늘에 난 서 있다.

    같은 하늘 아래 너와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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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hye 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