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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기력해도 자리를 지킬거야.
    아침 그리고 저녁 2022. 9. 15. 14:14

    나이가 먹을수록 소중한 이들과 갖는 시간이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은 

    나의 사고의 일부가 확고하게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뜻인거 같기도 하다. 

     

    어제는 신앙생활을 처음 함께했던 이들과 먹고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그 시간은 허탈하고 씁쓸하며 무기력함을 동반하고 있기도 했다.

    이제 더이상 나는 소중했던 이들과 그저 즐겁기만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언제나 내가 큐티를 하면 느끼는 많은 것들 중 하나가 ‘타자의 우주를 수용하는 것’에 대한 나눔이다.

    타자의 우주가 나와 다를 수 있음을 수용하는 것이 내게는 고통을 줄 때가 있다. 

    그리고 이제 그런 일은 이전보다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어제 우리의 대화는 많은 부분 타인의 이야기로 이루어졌다.

    안부가 궁금해 이야기 되는 타인, 보고픈 마음에 이야기 되는 타인, 좋았던 기억을 추억하기 위해 떠올리는 타인

    그런 타인의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이다

    그러나 어제의 타인들은 하나의 사건을 겪고 있는 타인, 우리와 달라 그것은 잘못된 사고와 선택에 의한 것이라는 타인, 인종의 다름과 그로인한 선입견으로 인한 타인, 무언가가 염려되는 타인에 관한 것이었다

    이야기의 반 이상은 자신의 힘듦을 가리기 위해 가십거리로 이야기되는 타인이었으며 

    이야기의 남은 반은 시간을 채우기 위해 거론되는 타인의 면모에 대한 부정적인 각자 추론하는 나름의 근거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이제 나는 추억하고 싶은 이의 이야기를 쉽게 꺼낼 수 없음을 알아챘다.

    이전에도 알아채고 있었지만 나의 확고함만큼 이야기 나누는 이들의 확고함 또한 견고해서 나로서는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가장 무기력을 느끼는 순간은 선입견을 일반화 해  확정지은 경우인데

     

    예를 들어 ‘동성애는 동성간가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고 그 쾌락을 맛보면 동성애를 벗어날 수 없다.’와 같은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동성애부터 이슬람교, 중국인 두루 나와 다른 이들에 대한 것들을 아우른다.

    아우름의 소재가, 아우름의 내용이 이런 것이라는게 서글퍼진다.

     

    마음안에서 꿈틀거리는 반박하고 싶은 마음 

    ‘그렇다면 이성애자인 우리들은 섹스로 인한 쾌락에 영향을 전혀 안받고 있나요?’와 같은 질문들을 던지고 싶지만 말을 삼킨다.

    말을 삼키면서도 나 스스로 비겁한건 아닌가 고통받으면서도 말이다.

     

    다르다고, 혹은 소수자라고 당연시되게 그들의 근본은 잘못되었고 염려되는 대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는 

    기독교 내에서 내가 정말 숱하게 경험해온 일이고,

    입을 열고 용기를 내 내 생각을 말해본 적도 있지만 그것은 듣기 위한 대화가 되지 못한다는 걸,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놓고 대화가 이루어 진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소수와 다름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갈 때

    나는 그 자리에 앉아 있지만 나의 일부는 어딘가 먼 곳 우주에 보내놓는다.

    모든 정신과 영혼을 그 자리에 놓고 있는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무기력이 나를 짖누른다

    그렇지만 무기력하다고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것,

    사람들을 벗어가는 것,

    그것은 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그 무리에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는 하나도 없는 셈이 되니까-

    그리고 ‘네가 무조건 틀렸어.’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그러지 않으려면 대체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얘기해야 좋을지 모르겠는 이 무기력을 언젠간 넘어설 수 있을까?

     

    다수의 위치란 원래 오만하고 근거가 없는 것일 수 있다는 깨달음은 과학의 영역에만 해당되는 건 아닌 거 같다. (‘기적을 부르는 뇌’ 중-)

    사회 안에서 오만하고 근거가 없는 다수가 얼마나 많은 상황, 많은 관계 안에 존재할까?

    다수와 함께 어울리며 세상을 살아가는 직접적인 소수가 아닌, 그저 의견과 생각을 가진 소수일 뿐인 나도 쉽지 않음을 경험하는데 직접적인 소수 당사자들은 어떤 마음을 안고 살아갈까?

     

    가늠이 되지 않아.

    상상이 되지 않는건 또다른 막막함을 낳는 거 같다.

     

    휴, 무기력에서 무기력으로 끝나는 이야기를 써버리고 있네.

    무기력에서 무기력으로 끝나는 자리에 끝까지 남아있는 이것이 무기력을 이겨내는 시발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2022.09.07.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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