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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ire de jeux : 시작 이야기
    Lione 2022. 10. 19. 13:32

    그러니까.. 나는 우리들의 모양이 레흐드쥬가 될 거란 생각은 해본적이 없는데 말이지.

    우리의 홈스쿨은 Lione의 이름을 갖고 있다.

    그 이름은 모양이 조금 변해 L’aire de jeux (레흐드쥬)가 되었다.

    거슬러 올라가자면 몇 주전 모아에게 제안을 받았다.

    불모지장(불편한 모험을 통해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어가는 장)이란 이름을 가진 멋진마켓에 참여제안을 받았고,

    숲에, 뜰에, 별에가 녹아져 있었으면 좋겠다고 모아는 의견을 냈다.

    사실 나는 쫄보라 너무 두려웠다.

    오랜 시간동안 그래왔다. 누군가 앞에 선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를 가져야만 가능한 거였으니까

    재밌어 보여서, 좋은 의미가 있어서 _ 와 같은 이유만으로 무언가를 시도하기에 나는 평가받는 것이 두려웠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런 성향이 나이듦에 따라 사라졌고

    "그래. 평가라면 기꺼이. 그래야 나도 성장할 테니까"로 마음밭이 바뀌었기도 했고

    나와 다른 모양의 뜰에는 '즐.겁.고' '재.밌.고' '좋.으.면' 하는 아이였으니까

    무턱대고 덥썩 뜰에가 "난 그게 하고 싶은데?"라고 해서 그렇게 레흐드쥬가 시작되었다.

    그때부터는 참가할까? 말까?에 대한 고민이 아닌,

    무엇을? 어떻게? 에 대한 고민은 시작되었다.

    우리의 가치관이 녹여져야 했고, 불모지장이 추구하는 가치도 담겨 있어야 했다.

    다행히도 나와 불모지장의 가치교집합이 꽤나 크기 때문에 고민이 수월했던 거 같다.

    우리는 고민했고, 프로그램을 구성했고,

    놀랍게도 그 프로그램은 구체적인 것들을 준비하지만 '무엇을 하기로 정해두지 않는다.'가 중심이 되었다.

    나는 참여하는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지정해서 하라고 시키고 싶지 않았고, 그 아이가 가진 고유성에서 발견되고 창조되길 희망했다.

    준비과정은 간단치 않았다.

    프로그램에 활용될 재료들을 구하기 위해

    하루는 바닷가에 가서 떠밀려온 조개껍데기를 잔뜩 주워왔고 🐚

    하루는 산에 올라 도토리를 주워왔고

    또 하루는 구하고 싶어도 전주에선 찾지 못한 밤과 솔방울을 무주에 가서 잔뜩 주워올 수 있었고

    마지막으론 여보의 고향에 가 인디언 텐트에 사용 할 나뭇가지를 주워올 수 있었다

    우리의 재료들은 산과, 바다, 땅이 내어준 것들 이었다

    이 재료들은 체험에 참여한 아이들 손에서 무언가로 생명을 얻게 될 거였고

    우리들의 손에서 또한 다른 무언가로 새로 태어나게 될 것 들이었다

    체험에 대한 프로그램이 결정되었고 조금이지만 판매 할 작품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여러 아이디어 회의 끝에 만들기로 한 작품은

    •자연물, 망가진 악세사리, 영국 엔틱 레이스, 헌 옷에서 뗀 단추와 원단 등을 이용한 key ring

    •여러 오브제를 업사이클링해 만드는 (내가 오래전부터 만들어온) objet card

     

    제안을 받은 날이 불모지장이 3주 정도밖에 남지 않은 시간이여서 매일이 바쁘고 힘들었던 거 같다.

    그렇지만 그 시간들이 우리의 놀이였던 거 같기도 하고- 지나고보니 반짝이는 보석같은 추억이다.

    날이 더해가며 나의 손을 통해 카드가 완성되었고, 아이들의 손을 통해 키링이 완성되어 갔다.

    이제 누군가를 만나면 이 작품의 삶이 비로소 시작되는거 겠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담아 마침표를 찍은 작품들

    (다시 봐도 예쁘다)

     

    개인적으로는 제품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작품이라고 느끼고 실제 그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 졌다.

    가격을 책정하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는데

    레흐드쥬의 마인드와 가치, 아름다움에 진정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들이 소비하도록 가격을 매겼다.

    이 부분이 가장 힘들었던 거 같다.

    더한 가격을 붙일 수도 있고 덜한 가격을 붙일 수도 있지만, 우리의 정체성을 기준으로 최소한은 정해야 했고 정한 금액이 그런 금액이라고 생각한다.

    당일날 많이 판매되지 않았고, 알고 있는 이들이 모르는 이들보다 작품을 구입했지만- 가격을 책정한 것에 후회가 없다.

    불모지장도 그리고 나도 많은 것들이 소비되고 쉽게 사라지길 원치 않는다.

    하나가 가더라도 마음을 담아 사랑해 줄 이들에게 간다는게 우리에게는 보람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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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나는 우리들의 모양이 레흐드쥬가 될 거란 생각은 해본적이 없는데 말이지.

    그런데 우리는 이미 우리 안에서 L’aire de jeux의 색깔을 가지고 있었다.

    L’aire de jeux란, 불어로 놀이터라는 뜻이다.

    처음 불모지장에 참여할 팀명을 고민할 때 L’aire de jeux(놀이터), 와 jouez(놀자)에서 고민을 했다.

    그런데 놀자는 놀자고 권유하거나 청하는 것 같은 느낌이니

    참여하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놀 수 있도록 우리는 놀 수 있는 공간과 환경을 구성하자고 해 결국 L’aire de jeux가 탄생했다.

    집이라는 공간

    숲이라는 공간

    바다라는 공간

    그곳이 어느 곳이던 놀이터 삼던 우리가

    이젠 누군가가 놀 수 있도록 레흐드쥬를 만들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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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hye jin